LLM위키구축기#2 — 12년치 회계 노트를 'AI 동료'한테 통째로 먹였다 🤖
LLM위키구축기#2 — 12년치 회계 노트를 'AI 동료'한테 통째로 먹였다 🤖
지난 글에서 노트앱을 또 갈아탔다고 고백했었다(에버노트 → 업노트 → 옵시디언, 노트앱 무덤 3기).
그리고 호기롭게 "다음 글에선 옮기면서 겪은 삽질을 풀겠다"고 했는데… 솔직히 마이그레이션 삽질기는 나만 재밌지
남들 보면 노잼이다. 그래서 건너뛴다. (1,500개 노트 옮긴 거 맞고, 첨부 2,889개랑 씨름한 것도 맞다. 끝. 😇)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그 다음이다. 옮기고 나니까 "그래서 이거 뭐?"가 남더라는 것.
1. 옮겨놓은 노트는 그냥 '죽은 텍스트'였다 🪦
옵시디언으로 1,579개 노트를 끌어왔는데, 막상 그래프 뷰를 켜보니 연결선이 거의 없었다. 노트끼리 [[연결]]된 게 단 1개였다. 12년을 적었는데 지식이 점(點)으로만 흩어져 있고 선도 면도 아니었던 거다. (1탄에서 했던 걱정이 그대로 현실로...)
그러던 차에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를 읽었다.
두 권 다(핵개인의 시대, 호명사회) 메시지가 비슷한데, 한 대목이 머리를 때렸다.
"사회는 더 잘게 쪼개지고 흩어진다. 각자 자기만의 뗏목을 만들어 홀로 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AI가 시간을 줄인다면, 인간은 그 시간을 채우는 일을 해야 한다."
회사 다니면서 늘 불안했던 거랑 정확히 같은 얘기였다. 내가 12년간 쌓은 결산·세무 노하우는 회사 SAP 안에, 회사 명함 뒤에 있는 거지 내 것이 아니었다. 퇴사하면 증발하는 지식. 송길영 식으로 말하면 나는 본진은 있는데 뗏목이 없는 상태였던 거다.
그래서 결심했다. 오늘은 이 죽은 텍스트를 AI가 읽고 써먹을 수 있는 '내 뗏목'으로 바꾸기로.
2. AI 동료한테 12년치를 통째로 먹였다 🍽️
방법은 단순했다. 클로드코드(Claude Code)한테 raw 노트 폴더를 통째로 던지고 "이거 읽고 위키로 컴파일해"라고 시켰다. 송길영이 말한 **'AI 동료'**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신입한테 인수인계하듯 시키는 게 아니라, 옆자리에서 같이 자료를 파주는 동료 느낌.
오늘 하루 굴린 결과물(@#$ 이게 하루 만에 됨?):
- 결산 프로세스 SOP 14종 — 리스회계·복구충당금·보증금현할차·선수금/예약매출·위탁정산·구분BS… 흩어진 ~60개 노트를 프로세스 + T-code 표 + 함정·예외 + 월 체크리스트 한 장으로 합성
- 결산 이슈 쿠키북 130건 — 2022~2024 월별 이슈 130개를 증상 → 원인 → 해결 사례집으로. "보고 후 숫자 틀어짐", "마감세팅이 Batch 마비" 같은 반복 패턴 Top 8까지 메타로 뽑아줌
- 세무·회계감사 SOP 6종 — 법인세 세무조정·부가세·원천세·법인지방소득세·세무조사·회계감사 대응
- SAP 코드 레퍼런스 — 흩어진 T-code 150개+를 8개 메뉴그룹으로 색인화
- OCR 보강 — 텍스트 없이 캡쳐 이미지로만 있던 SAP 화면을 Claude Vision이 직접 판독해서 T-code·G/L 계정코드를 전사. (이건 진짜 소름. 스크린샷을 글로 읽어버림)
위키 페이지가 0개에서 65페이지로 불었다. 흩어진 점들이 드디어 그물이 됐다.
3. 이게 왜 '핵개인의 뗏목'인가 🛟
여기서 송길영 인사이트랑 다시 만난다.
(1) 본진을 자산으로 바꿨다. 회계·세무 12년은 내 본진이었지만, 회사 시스템 안에 인질로 잡혀 있었다. 이제 그게 .md 텍스트 위키로, git 커밋 히스토리로 내 손에 남는다. 회사를 떠나도 따라온다. 이게 뗏목이다.
(2) '호명사회'에 대한 준비다. 조직 뒤에 숨는 시대가 끝나고 내 이름으로 불리는 시대가 온다는데, 그러려면 내 이름표가 붙은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익명의 결산 담당자가 아니라 "이 사람은 결산 SOP를 시스템으로 만든 사람"이 되는 거다.
(3) 복리가 돌기 시작했다. 1탄에서 "커밋 히스토리가 곧 자산"이라고 했는데, 오늘 그게 진짜로 굴러갔다. 이 65페이지는 끝이 아니라 이자 붙는 원금이다. 앞으로 새 이슈가 생길 때마다 위키가 과거 사례를 떠먹여 줄 거고, 그게 다시 위키에 쌓인다.
4. "AI가 시간을 줄이면, 인간은 채운다" ⏳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오늘 SOP 자동화로 아낀 시간을 어디 쓰냐가 핵심이라는 거.
솔직히 고백하면, 오늘 이 무거운 자산화를 시작한 계기는 좀 없어 보인다. "이번 달 결제한 토큰이 아직 많이 남았네?" 였다. 😏
남는 걸 태우자는 심산이었는데, 하다 보니 송길영이 말한 그림이 맞아떨어졌다. AI가 받아쓰기·정리 같은 시간을 줄여주니까, 나는 이제 "그래서 이 패턴이 지금 회사에선 어떻게 다르지?" 같은 해석과 전략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
기록을 '안전망(다시 찾기)'으로만 쓰던 내가, 드디어 '자산(미래 판단력)'으로 쓰기 시작한 순간. (목표는 안전망 3 : 자산 7이었는데, 오늘에서야 7쪽으로 기운다.)
앞으로 🛠️
- 미완료 혹은 물음표로만 남겨놓고 딱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한 해결
- 나도 낯선 신규 도메인은 외부 학습 자료까지 붙여서 위키화
- 미완료에 대한 내역을 AI를 통해 위키를 훑고, 출근길에 "오늘 챙길 이슈"가 자동 브리핑되는 시스템
거창하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회사가 아니라 나에게 복리로 쌓이는 뗏목 하나.
송길영 말마따나, 어차피 다들 홀로 서야 하는 시대니까.
그럼 이만, 오늘치 커밋 찍으러 갑니다 ✍️